
이제 대기업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한지 어언 2달, 2달 정도를 다녀보니 생각보다 내가 꿈꿔왔던 이상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뭔가 이직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나와 비슷한 연차인 신입, 주니어 개발자 친구들에게 내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오늘도 이렇게 글을 잡았다.
나는 솔직히 대기업 타이틀만 거머쥐면 어차피 거기 있는 체계 자체는 당연히 내가 생각하던 이상과 같을거라고 생각하고 이직을 준비하고 실천했는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조금 더 고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으로 작성해보겠다.
1. 대기업 신입은 빛좋은 개살구가 맞는 것 같다.
이게 대기업 신입으로 시작하신 분들은 기분이 안좋을 수도 있고, 좀 충격적인 워딩의 제목이긴한데, 아무래도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맞는 것 같다. 진짜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같은 더 위쪽 회사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대기업은 업무의 분업화가 상당히 잘되어있고, 보안심사나 정부의 개입 등으로 권한 체계같은게 상당히 엄격하게 잡혀있다. 그러다보니,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고 받아들여야하는 입장에서 전체적인 흐름과 구조를 보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생긴다. 특히 연차가 낮으면 체계가 있는 온보딩이랍시고, 더 좁은 영역을 보게 시키기 때문에, 더 경험의 폭이 줄어든다. 그래서 내가 만약에 웹 어플리케이션 개발자로 입사했다면 정말 딱! 웹 어플리케이션 개발 (화면, 기능, 빌드, 배포) 까지만 보게 된다. 심지어 퍼블 정도도 걍 fe가 하면 되는데, 그것도 외주를 줘버림. 그 외에 뭐 CI/CD라든가, 배포 전략이라든가, Web, WAS를 우리 서빙환경에 맞게 적합하게 선택한다든가, k8s, docker 이런건 그냥 또 그쪽 권한을 가지신 다른 분이 작업해주는 식이 되어버린다. 혹은 외주로 협력사에 줘버린다거나 뭐 그런식이다.
나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을 쭉 거쳐오면서 어찌 됐든 기획을 받아들면 내 손으로 퍼블, 화면, 기능개발부터 배포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흐름을 내가 고민하고 결정해본 경험이 있다. 그랬기 때문에 어플리케이션에서 해결방안을 찾으려고 하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또 다른 레벨에서 해결한다든가 하는 유연한 선택을 해왔다. 이게 솔직히 누군가는 한 분야의 전문성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긴한데, 자꾸 세부적인 분류로 들어가지말고, 단순히 소프트웨어라는 분야라고 이야기하면 이게 더 전문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음.
결론적으로는 나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내가 개발자로써의 가치를 키우고싶다면 대기업이 아니라 차라리 모든걸 경험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나 이런저런 외부요인이 많지 않은 기업에 가서 바닥부터 배포까지 전체 과정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한다.
2. 오픈 소스 생태계 경험이 진짜 최악이다.
앞에 말한 것들을 제외하고도 문제가 있는데, 이건 대기업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어서 일단 두번째 목차로 뺐다. 우리나라는 뭔가 이상하게 국산 기술들을 밀어주는 문화가 있는데, 이게 진짜 어딜 가든 있다. 내가 이걸 문제라고 여기는 이유는 국산 기술과 외국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오픈소스들의 추상화 레벨이 너무 다르고, 국산 기술들은 보통 솔루션화 되어서 돈을 쓰고 외주를 맡기게 되는데 이렇게 국산 기술 환경에 적응하면 그냥 오픈소스 쪽은 아예 못쓰는 몸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시가 서버라고 생각함.. 오픈 소스 생태계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는 모든걸 하나하나 우리가 결정한다. 그냥 띄울지, 이미지를 말아서 컨테이너로 띄울지, 그렇다면 컨테이너를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 동시에 여러개를 띄우게 되었다면 compose를 쓸지 따로따로 관리할지, nginx를 쓸지 apache를 쓸지, 로드밸런싱을 어떻게 할지 등등 말이다. 근데 회사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국산기술을 쓰는 곳은 그냥 이미 관리자 콘솔에서 딸깍딸깍을 하게 되어있다. 아예 배포되어있는 서버에서 내가 할거라곤 로그를 보는 일밖에 없는거임. 애초에 기술을 활용하고 제어하는 영역에서 엄청난 제약이 생기는거다. 이러니 배워갈 수 있는게 없다. AI가 도입이 된 시점부터 무슨 개발자 밥줄이 끊어졌니 어쩌니 하는데, 그건 진짜 어플리케이션 코딩만 하는 놈들이고 이만큼 넓게 봐야하면 그래도 어느정도 밥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관리포인트 줄이겠다고 어디 솔루션 회사가서 커스텀 커스텀하지말고 좀 그 커스텀도 오픈 소스쓰면 내 입맛대로 뚝딱뚝딱 할 수 있는데 좀 환경을 바꿀 생각이라도 하면 좋겠다..
하여튼 그래서 차라리 중소, 중견가는게 나을 수도 있는 이유가 요즘은 SI 신규 플젝을 뛰면 보통 오픈소스 생태계 기술을 선택하기 때문에 차라리 레거시 수두룩 빽빽한 대기업가서 이상한거 보면서 코드만 깔짝 대고 있을 바엔 오픈소스 볼 수 있는데 가서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보는게 좋지 않나 싶다.
3. 결론
이래저래 욕을 하면서 써봤는데, 신입은 진짜 진짜 처음부터 대기업? 권하고 싶지가 않다. 그냥 그 회사에서 영원히 눌러붙어서 그 회사의 톱니바퀴가 될거면 괜찮은데, 언젠가 더 좋은 곳, 더 대단한 개발자로 이직을 계속 꿈꾸고 있다면 어중간한 대기업 신입은 무엇보다 나쁜 선택이다.. AI에 대체될 수 있는 희생양이 되기 딱 좋은 곳.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다.
대기업은 명함만 좋다. 만일 당신이 그냥 대기업 타이틀 걸고 꺼드럭대는게 목표면 대기업 가면 되고, 기술적으로 성장하고 좋은 개발자가 되는게 목표라면 진짜 중소, 스타트업가서 이것저것 다뤄보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라는걸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 사람 자기도 ㅈ소에서 굴러봤으면서 자기 혼자 꿀빨려고 ㅈ소 가도록 유도하네.'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고 나도 여기와서 실망했기때문에 하는 말이다.. "규모가 큰 곳 == 기술적 성장이 가능함" 은 절대 아니라는걸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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