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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UL] SI 업체의 고객이 되어보았다. (후기)

隣のプログラマー君 2025. 4. 17.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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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I 진짜 인스타 감성 카페 사장같음.

 
아무래도 내가 SI 개발자 출신이다보니 내 블로그의 최대 조회수를 자랑하는 SI 신입개발자로 살아남기만 써왔는데, 오늘은 내가 고객의 입장에서 SI 업체를 바라본 후기를 한번 써보려고한다. 솔직히 얘기하면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를 바라봤을 때 얼탱이가 없어서 한번 남겨봄. 만약 SI 프로젝트를 발주할 회사의 책임자거나 대표라면 꼭 고민해보면 좋을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한번 시작해보자. (참고로 우리회사는 IT 회사가 아니다.)
 

0. 제발 지 맘대로 만들지 말자.

뒤에 나올 내용이랑 좀 상반되는 내용이긴한데, 고객을 설득해야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 적어도 그 회사의 비즈니스와 연결된 비즈니스 로직에 있어서는 효율성이고 자시고 모르겠고, 해달라는 대로 좀 해줘라. 이해가 안되면 공부를 해라. 어차피 도메인 지식은 어딜가든 어떤 프로젝트를 뛰든 필요하다. 특히 다양한 부서의 비즈니스를 담고 있는 ERP, 사내 플랫폼 이런거 개발하면 그 회사의 아이덴티티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이해도가 필요하다. 이러면서 또 개발가지고는 고객사가 이해 못한다면서 큰소리 뻥뻥칠거 아닌가? 큰소리 칠거면 내가 어느정도 해놓고 큰소리 좀 쳐라. 
기본적으로 SI 업체는 남의 시스템을 만들러 다니는 애들이기 때문에, 다양한 도메인에 대한 수용자세가 제일 중요하고, 그 도메인들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하다. 때문에 고객사들도 내가 만들 시스템 개발해본 업체를 찾는다. 경험이 있으니 더 이해도가 있을 거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근데 다양한 도메인 공부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도 안가면 그냥 SI 접어라. 그게 맞다. 
 
고객사도 할 말이 비즈니스말곤 없는거 알고 있다. 근데 백날 개발자 귀에 디테일한 비즈니스 얘기해봐야 전문가도 아니고 쇠귀에 경읽기다. 뭐 좀 잘 알아야 뭘 해주든 말든하지. 알잘딱깔센 바라면 SI 한테 해달라고 하지 말고 니가 해라. 솔직히 내가 SI 직원이라면 뭔 도둑놈 심본가 싶다. 자기도 IT 몰라서 외주맡기는 주제에, 비즈니스로 기강잡으려고 하는 꼬라지 꼴뵈기 싫다. 십몇년씩 그 업무만 하는 너랑, 그 플젝 하나만 뛰는 개발자랑 당연히 배경지식 차이가 있다는걸 알고 TF를 하든 뭘하든 했으면 좋겠다. 그런 당신을 보고 개발자들은 강성 이라고 부른다.
 

1. SI는 설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정말 절실히 느낀 문젠데, 고객이 강성이라 자기가 그린 그림대로가 아니면, 또 아는게 아니면 적용하기 싫다고 하거나 보수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우리 회사 TF장이 이런 느낌임.) 근데 예를 들어 MSA를 적용한다면, 각 Micro Service간에 Data 수정, 생성, 삭제 등이 발생했을 경우 모든 연계되는 Micro Service가 이 이벤트를 인식해야하는 경우가 필연적으로 생긴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SI 기업은 Kafka나 Redis 같은 기술들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하자고 설득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각 Micro Service가 Polling을 하면서 데이터에 변동이 생겼는지를 확인해야하는데, 고객이 자기가 모르는 기술이라고 보수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SI들은 이러저러해서 적용하는게 좋다. 라는 설득대신 암요~ 고객님이 바라시는대로 해드려야죠. 라고 하기 시작한다. 사실 안하면 자기들이 편하니까. 이러니 "차세대", "2.0", "고도화" 이런 워딩을 달고도 레거시 시스템과 아키텍처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거다. 단순히 언어의 버전, 프레임워크의 버전만 바꾸고 코드는 해당 버전과 맞게 오류나면 컨버전 하는 정도로만 끝나는 거임. 이딴 식이니, SI가 대우도 못받고 병신 프레임만 잔뜩 씌워지는거임.
 
때문에 내가 SI의 고객이 될 예정이고 비용절감, 효율성 증대, 생산성 증대 등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일단 최대한 수용적인 태도로 나가야하고, 다 필요없고 기술에 대한 지식을 좀 갖춰놓는 것을 추천한다. 얕게라도 알고 있으면, SI 애들이 하는 말 대충은 알아들을 수 있고 또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회사는 이런 수용적인 태도가 없었고, 사내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만 쓰고 싶어하니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한데다, 하다못해 저 아키텍처를 알고 있는 나한테 자문조차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망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당연히 따라와야하는 기술이라면 당연히 적용해줬을테니까 말이다. 뭐 적용하는게 크게 어려운것도 아니고, 차라리 내가 참여해서라도 적용했다면 장기적으로 비용이 줄어서 이득이니 회사는 더 좋았을거다. 
 
 

2. 진척도로 구라 좀 치지말자.

제일 열 받은게 이건데, 단위테스트를 하는데 데이터 조회조차도 안되는 화면들이 상당하더라. 이건 솔직히 개발하는 입장에서 개발을 안했다. 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개발했으면 화면을 띄워놓거나, 아니면 Post Man, Insomnia 같은걸로 API 요청 보내서 데이터 똑바로 나오는게 즉각적으로 확인이 가능한데, 조회가 안된다는건 그냥 개발 안되어있다고 보는게 맞지 않는가?  근데 이게 1/3 가량이 그렇더라. 그러면서 다 됐다고 최종 테스트는 고객이 해보라는데, 앞에서 개발자, PL, PM 전부 테스트 해본 뒤에 고객이 테스트 했을때 1/3 가량이 조회도 안된다는건 그냥 진척도로 구라쳤다 라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 
 
솔직히 이해는 한다. SI 프로젝트 특성상 고객의 요구사항이 정말 빈번하게 바뀌고, 프로젝트의 트렌드가 워터폴에서 에자일 방식으로 전환된 시점에 SI 업체의 부담이 늘어난건 확실하다. 때문에 개발을 미루다가 요구사항이 확정되면 개발하는 방향으로 가고자하는 마음도 이해는 하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고객은 SI 업체를 믿지 말자. 일단 불신을 깔고 가야하는게 SI 업계다. 고객은 돈을 주고 만드는 입장이고, 쟤넨 그걸 만들고 돈을 받아가는 애들이다. 근데, 대기업이니 잘하겠지. 초반에 입찰할 때, 보여주려고 준비한 거 내용 좋았으니 잘하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은 접어두길 바란다. 좋게 좋게 넘어가면 더 양아치같이 구는게 SI다. 이런 식으로 로직은 없고, 하드코딩된 소스 전달 받은 회사 진짜 많이 봤다. 이러면 걍 사기 당한거나 마찬가지니 항상 경계심을 풀지 않길 바란다. 
 

3. 개발자들은 좀 콧대 좀 죽이면 좋겠다.

개발자라는 직업이 코로나19 이후로 상당히 떠오르고 고연봉 직업이라는 인식이 많이 강해졌는데, SI는 아니다. 근데 꼭 이 SI 애들이 싹바가지가 없다. 물론 고객이 고자세로 나오고 말도 안되는 걸 요구하면 들이 받을 필요도 있을텐데, 그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사가 좋게좋게 해주니까 피해의식에 절은 개발자가 고자세로 나오는 개같은 경우가 있다. "어차피 말해도 모르잖아", "알지도 못하면서" 뭐 이런 마인드인 것 같은데, SI 다니는 당신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좋은 대우 못 받는다. 실력 있었으면 삼성 SDS, LG CNS, SK CNC, 현대오토에버, 네카라쿠배 갔을거 아닌가? 그럴 실력이 안돼서 SI 1차도 아니고 2,3,4,5차 하청에서 뛰고 있을텐데 뭐가 그렇게 날이 서있는지 잘 모르겠음. 적어도 내가 SI 뛸 땐 고객 앞에서 허허실실 하면서 "예 뭐 어려울 것 같긴한데 하는데까지 해보겠습니다." 라는 태도가 훨씬 좋았음. 진짜 0.001%의 확률로 고객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라도 받으려면 고자세는 일단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객사 입장에서 이런 개발자 만나면 되게 난처할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런 개발자면 신속히 바꿔달라고 요청하든가 해라. 어차피 하청이라 내가 싫다고 하면 갈아껴준다. 계속 데리고 간다고 해도 제대로 개발이 이뤄질지도 알 수 없고 말이다. 만약에 진짜 대처도 못하고 그 사람이랑 계속 플젝을 한다. 그럼 싸울 각오를 해라. 솔직히 내가 갑이고, SI 업체는 을인데 할 말도 못하고 싹바가지 없이 못하니 안되니 어쩌니 툴툴대고 띠껍게 말하고 하면 욕 박아야된다. 내가 돈주는데 그럼 플젝 망치고 돈 낼건가? 되게 유하게 서로 사이좋게 성공적으로 플젝을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면 그건 세상에 없는 프로젝트다. 고객은 당연히 더 좋은 퀄리티로 뽑고 싶은게 당연하고, SI는 공수 덜 들이고 돈 받고 싶은게 당연하다. 그럼 싸워야지. 일단 돈을 쥐고 있는 내가 더 유리한 입장이니 제발 이 유리한 입장을 잘 사용하면 좋겠다. 
 

4. 마무리하면서

도대체 이 업계가 어떻게 된건진 모르겠는데, 진짜 SI 개발 업체들 콧대가 미친 듯이 올라간게 느껴진다. 진짜 썸네일에 써둔대로 뭔 인스타 감성 카페도 아니고, 지들 맘대로 함. 손님은 알바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을 때도 있다. 
근데 솔직히 개발업 종사하면서, 어렵다. 진입장벽 높다. 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대단한 반도체, 우주항공 소프트웨어 만들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해봤자 Java, Spring 쓰기 편하라고 다 만들어 놓은 언어 프레임워크 쓰고 다니고, 조금 찾아보면 NPM, MAVEN에 온갖 라이브러리 다있으니까 다 땡겨쓰는 주제에, 뭐 대단한 일 하는거마냥 으스대는데 애초에 이 업종 자체가 아무도 하기 싫어해서 3D 업종이던 판이다. 대졸은 커녕 끽 해봐야 고졸, 초대졸 땡겨쓰던 업계고, 오래되신 분들도 컴덕에 옛날 나모 웹에디터 이런걸로 Web 초창기부터 Web 찌끄려왔으니까 그 자리에 있는거지. 대단한 사람들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지금 나오는 프레임워크, 언어 에이징커브와서 못쓰지 않는가?
누군가는 나보고 건방지다고 할 수도 있다. 근데 솔직히 상관 없음. 현실이 그렇다. 건방지다고 하는 사람들이 피해의식에 절어있는거임. 하여튼, 새로 유입되는 개발자들도 개발자 뽕 좀 뺐으면 좋겠다. 학원에서 반년~1년 공부같지도 않은 공부하고 대충 수료하면 할 수 있는 직업이 도대체 어딜 봐서 으스댈 직업인지 모르겠다. 으스대고 싶으면 사짜 전문직 하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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