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두달만에 또 게시물을 쓰게 됐는데 요즘 이제 막 내 입장에서 새로운 경험도 딱히 없고, SI 가 악명높기는 하다만 개발자 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SI에 진입하고 이 SI의 현실이 많이 까발려지다보니 좋좋소들 역시 순진무구한 신입 유치를 하기 위해 이미지 관리 한답시고 좀 사리는 것 같아서 진짜 소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오늘 글을 써제끼러 온 이유는 내가 SI 에서 탈출했기 때문이다. 입사하고 쥐뿔도 없었지만 계속 다른 서비스 혹은 중견 이상 사이즈 되는 기업의 인하우스 개발자(전산팀 같은 느낌)로 지원을 하고 있었는데, 1년 반쯤 플젝 뛰고 이력서 내용 계속 추가하고 하다보니 꽤 유명한 외국계 기업에 인하우스 개발자로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
그래서 뭐 그동안의 SI 생활에 대한 후기, 어떻게 준비해왔는지 그런 내용을 한번 정리해서 써보고자 한다.
1. SI 생활에 대한 후기
SI 생활에 대한 후기라고 해봐야 이미 앞선 글들에 잔뜩 적혀있어서 얘기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SI는 다닌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아서 다닌다고 보면 되겠다. 신규 프로젝트를 매번 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보람도 있지만, 이런 걸 함으로 인해 많은 애로사항이 생기기 마련이다. 기획이 쓰레기 같다거나, 요구사항이 자꾸 변경된다거나, PM이 꿔다놓은 보릿자루라거나 등등..? 이런 일들을 겪으면 자동으로 퇴사의지가 잔뜩 다져지는데, 이런 와중에도 그나마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오늘 바로 사직서 갈길거 한 두달 미룰 수가 있다.
또한, 개발 업무중에 가장 고객이 확실하게 정해져있고, 갑을 관계가 명확한 업무다 보니 정말 사람이 싫어질 때도 있다. 집에 안가는 고객, 갑질하는 고객, 자꾸 이정도는 서비스로 해줄 수 있잖아요~ 하면서 요구사항 추가하는 고객 등등 별의 별 꼬라지를 다 보고 살게 되는데, 이러다 보니 SI 다니고서 인간 혐오가 생기지 않았다면 그건 아주 칭찬해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를 칭찬함.
2. 이직 및 준비과정 후기
이직이 급작스럽게 성공하는 바람에 바로 후기를 쓰진 못했고, 합격발표를 들은건 이제 거의 한 열흘? 보름?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아직 뭐 명함도 사원증도 제대로 받지 못하긴했다만...
솔직히 3년은 채워야 이직이 무난하게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운좋게 1년 반만에 SI 를 탈출해 넘어왔으니 얼른 탈출하고자 하는 SI 신입 개발자들을 위해서라도 후기를 남겨둬야하지 않을까 싶다.
- 어떤 회사로 이직하셨나요?
어지간하면 이름을 말했을 때 아는 회사에서 유지보수 및 신규 시스템 오픈에 대한 대응 업무를 하게 됐다. SM 계약을 따서 하고 이런게 아니라 그 회사 직원입장에서 하는거라 인하우스 개발자라고 하는게 더 맞긴하겠지만 말이다.
테크 기업은 아니라서, 솔직히 커리어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미 내 포폴안에 구축 프로젝트는 몇개 있으니 운영 / 유지보수 면에서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할 것 같아 좋은 기회다 싶어 옮기게 됐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난 서비스를 갈구한다기보단, 개발할 줄 아는 직장인? 그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라서 막 대단히 실력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은 없기 때문에 이런 업무에도 어느 정도는 만족할 것 같다.
- 어떻게 준비했나요?
1년 반 내내 지원했다고 했듯이, 난 그냥 막 이력서를 미친 놈마냥 제출했다. 노션으로 이력서 포맷 하나 써두고 플젝 하나씩 마무리 될 때마다 업데이트해서 원티드에 업로드 해둔 다음에 "들어봤다." "유명하다." "완전 네임드는 아니라도 동종업계에서 좀 알아준다." 하는 회사는 죄다 지원했다. 3년차 / 2년차 조건 붙어있어도 걍 지원했다. 근데 서류 합격 연락이 많이 오기 시작한 건 경력이 1년을 넘기니까 많이 오더라 그전엔 2년차 이상 채용공고에서는 연락 절대 안왔음..
회사에서 어쨌든 프론트 영역에서는 React/TS 를 사용하고 있었고, 백에서는 Spring Boot로 API 개발하고 그랬으니까, JSP / JQuery 이런거 쓰던 사람들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있는 편이었던 것 같다. 합격한 곳에서도 React 할 줄 아는 개발자를 뽑고 있기도 했고... 사실 큰 회사일 수록 레거시 시스템도 많기 때문에 JSP / JQuery도 많이들 쓰고 있으니까 최신 기술에 미쳐있는 서비스 기업은 안되더라도 적당적당히 유지보수 업무 하는 인하우스 개발자 뽑는 곳에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뭐 앞에 내용 다 그냥 다 무시하고 운이 좋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본다. 내 경우엔 사실 깃허브 잔디도 막 심는 편 아니고 걍 내가 볼 레퍼런스 소스나 쬐끄만한거 한번 만들어보고 했던 레포지토리만 잔뜩 있는거라서 깃허브도 볼거 없구, 블로그도 뜨문뜨문 쓰는 편인데다 최근엔 기술적인 내용은 거의 안썼으니까.. 노력에 비해 좋은 일자리로 넘어왔다고 생각한다.
또, 더 운이라고 생각이 드는게 이게 조금 웃긴데 이직을 성공해서 퇴사한게 아니라 일단 퇴사부터 갈긴 다음에 합격했다. 올해 진행하게 될 플젝의 공수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이 들어서 일단 퇴사 선언을 하게 됐는데 그러고 이래저래 지원하다 되어버렸다. 그렇게 일다니면서 미친듯이 낼 때는 안되고, 갑자기 그만두니까 되는걸 보니 밥 굶을때쯤 되면 운이 좋아지는 식으로 굶어죽을 팔자는 아닌가보다.
- 만족하시나요?
앞에서 업무에 대한 만족은 이미 언급하긴 했는데, 나머지 회사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얘기한다고 따로 빼놨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제발 다 SI 탈출하길 바란다. 그 이유는 일단 첫번째로 업무량이 팍 줄어든다. 시간에 쫓기는 편도 아니고.. 업무 난이도가 높은 거도 아니고, 정말 몸이 상당히 편해진다. 회사에서 업무 생각을 크게 안하면서 커피마시며 딴 짓 할 수 있다는게 꿈만 같다. 두번째로는 복지라는게 생겼다. 좋소 SI를 다니면 당연히 복지라는건 코딱지 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는데, 중견 사이즈 회사만 와도 어느 정도 복지를 챙겨주기 때문에, 진짜 기분이 좋다. 월급이 다였던 지난 시간에 비해서, 인센도 나온다고 그러고 자사제품 할인이라던가, 자기계발비, 복리후생비 이런거도 나온다고 해서 상당히 만족하고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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